실시간 뉴스


[리뷰] '침범', 묵직하고 깊다⋯무섭도록 잘 만든 스릴러


곽선영-권유리-이설 '침범', 3월 12일 개봉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맥스, 눈 뗄 틈 없다
살벌하고 빈틈없는 연기 향연⋯웰메이드 스릴러 탄생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최근 이렇게 잘 만든 스릴러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하게 휘몰아친다. 눈 뗄 수 없는 긴장감과 배우들의 열연이 무섭기까지 한 영화 '침범'이다.

영화 '침범'(감독 김여정 이정찬)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기소유)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영은(곽선영)과 그로부터 20년 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이 해영(이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균열을 그린 심리 파괴 스릴러다.

배우 기소유와 곽선영이 영화 '침범'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기소유와 곽선영이 영화 '침범'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경주'의 연출부였던 김여정 감독과 영화 '황해'의 연출부였던 이정찬 감독이 각자 개발하던 시나리오 간의 연결점을 찾아 탄생한 작품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 하와이국제영화제, 피렌체 한국영화제, 홍해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은은 이혼 후 7살 딸 소현을 홀로 키우는 수영 강사다.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소현의 성향을 알게 된 뒤, 끝을 알 수 없는 물속을 헤엄치는 것만 같다. 소현을 혼내 보기도 하고, 병원도 가보고, 나름의 분출구를 찾아주려고 하는 등 딸의 위험한 행동을 막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보지만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점점 지쳐만 간다. 그리고 소현은 점점 더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20년 후, 민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고 특수 청소 업체에서 일한다. 어릴 적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 이후, 보육원에서 가족 없이 자란 민은 사람을 믿지 않고 경계하며, 마음의 벽을 허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해영이 특수 청소 업체에 신입으로 들어온다. 해영은 어릴 적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살아왔다. 특유의 붙임성과 밝은 성격으로 마치 오래된 직원인 듯 팀에 녹아든다. 자신과 비슷한 사연을 가진 민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다가간다. 하지만 민은 직장은 물론, 현경과의 관계까지 비집고 들어오는 해영이 계속 거슬리고, 둘은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배우 기소유와 곽선영이 영화 '침범'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설과 권유리가 영화 '침범'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극은 20년 전과 후로 나뉘어 전개된다. 전반부는 갈수록 통제할 수 없는 딸의 행동으로 점차 피폐해지는 영은과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엄마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딸 소현의 대립과 갈등이 담겼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후 민와 해영의 이야기를 담은 후반부는 자연스럽게 '소현이 누구인가?'라는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극 말미 반전 진실이 드러나면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깊고 촘촘하게 잘 짜인 이야기 구조 속 '침범'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묵직하다. 일상을 침범하려는 인물과 침범당하는 인물들이 날카롭게 부딪히는 과정에서 인간 본성과 모성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 이와 동시에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각 캐릭터에 집중하게 된다. 누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해석과 공감도 '침범'만의 차별 포인트다.

극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배우들의 빈틈없는 열연이다. 20년 만에 영화 첫 도전에 나선 곽선영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에 대한 두려움과 엄마의 책임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영은을 섬세하게 연기해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크래시' 등 밝고 에너지 넘치는 역할을 많이 맡았던 곽선영의 어둡고 서늘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점점 더 지쳐가는 은영의 벼랑 끝 심정이 곽선영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배우 기소유와 곽선영이 영화 '침범'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권유리와 이설이 영화 '침범'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가장 놀라운 배우는 기소유다. 고작 7살의 나이에 어른도 쉽지 않을 연기를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곽선영, 권유리, 이설이 입이 닳도록 칭찬하며 감탄할 정도로 기소유의 연기는 놀라움을 넘어 소름이 끼친다.

권유리 역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거칠고 다크한 얼굴로 스크린을 꽉 채운다. 배우로서 한계 없는 도전을 계속 이어왔던 권유리는 '침범'으로 또 한 번 연기 성장을 이뤄냈다. 이설은 해맑은 얼굴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해영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등장부터 의뭉스럽고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계속 신경이 쓰이는 해영을 유연하게 연기해내 감탄을 자아낸다. 계속해서 대립하는 민과 해영처럼, 권유리와 이설의 팽팽한 연기 대결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두 사람의 마지막 액션은 몸 사리지 않고 연기 열정을 불태운 두 사람의 열연 덕분에 명장면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침범' 속 이야기는 내 가족 혹은 내 친구라는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현실에선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 표면에 깔린 모성애를 비롯한 인간의 본성, 사랑을 향한 삐뚤어진 집착 등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웰메이드 스릴러임은 틀림없다.

3월 12일 개봉, 러닝타임 112분. 15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리뷰] '침범', 묵직하고 깊다⋯무섭도록 잘 만든 스릴러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