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그야말로 부상투혼이다. '야당' 촬영 전 팔을 다쳐 진통제를 먹고 고통을 참으며 액션을 소화한 박해준이다. 하지만 배우로서 몸 관리를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한 박해준은 그래도 지나고 보니 "부상투혼"이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선한 배우이자 사람'이라는 표현엔 늘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푹 숙이지만 늘 상대의 농담을 잘 받아주고, 늘 진지하게 리액션을 하다가 생각지 못한 순간 아재개그를 던진다. 이러다가도 악역은 또 기가 막히게 소화해 놀라움을 안긴다. 스스로도 악역을 할 때 쾌감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그래서 박해준이 제대로 악역을 했다는 '휴민트'에서는 또 어떤 새 얼굴을 보여주며 분노 게이지를 끌어올릴지 기대가 커진다.
16일 개봉된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배우 박해준이 영화 '야당'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1f857b3d942f68.jpg)
최근 가장 큰 사회문제로 손꼽히는 마약을 소재로, 우리가 몰랐던 범죄의 뒷거래를 파헤치며 그 안에서 핵심 브로커 역할을 하는 '야당'이라는 존재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야당'은 '야당'을 스크린에서 주인공으로 다룬 첫 영화로 기존 범죄 액션 영화와는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강하늘과 유해진, 박해준이 각각 마약범과 수사기관 사이에서 정보를 사고 파는 브로커 '야당' 이강수와 야심 찬 독종 검사 구관희, 그리고 집념의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로 변신해 뛰어난 열연을 펼쳤다.
한번 물면 절대 놓치지 않는 집념의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는 마약범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일명 옥황상제로 불린다.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이강수와 야심이 가득한 검사 구관희가 마약 수사를 뒤흔들기 시작하고, 오상재는 수사 과정에서 이강수의 야당질로 번번이 허탕을 친다.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오상재는 끈질긴 집념으로 이강수와 구관희의 관계를 파고들지만, 결국 덫에 걸리고 만다.
주변에 있을 법하거나 선한 이미지의 역할까지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박해준은 2023년 영화 '서울의 봄'으로 천만 배우에 등극했고, 최근 엄청난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박보검과 함께 사랑꾼 관식을 연기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이번 '야당'에선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 역할을 맡아 강렬한 연기로 극의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다음은 박해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배우 박해준이 영화 '야당'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c9c1b9958f4a7d.jpg)
- '야당'에서 거친 액션신이 많았는데 비하인드가 있다면 들려달라. 그리고 제일 힘들었던 촬영은 무엇이었나?
"촬영 들어가기 전에 팔이 골절됐다. 초반에 들어가야 하는 액션신이었는데 그 장면이 회복하는 동안 미뤄졌다. 팔을 칭칭 감고 진통제 먹으면서 했다. 생각해보니 꽤 힘들었는데 그걸 극복했다. 부상 투혼이다.(웃음) 사실 배우가 촬영 전에 몸 다치면 안 된다. 영화 찍다가 다친 것도 아니다. 체력을 키우려고 자전거를 타다가 고꾸라져서 팔이 나갔다. 촬영 일주일 전에 다친 거라 너무 죄송했다. 티 안 내려고 진통제 먹으면서 했는데, 액션신을 잘 짜주셔서 잘 나온 것 같다."
- 액션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나?
"나이가 있다 보니 과한 액션을 찍는 것이 이젠 힘들다. 나름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하고 있는데, 관절이 힘들더라.(웃음) 그런 액션을 찍고 나면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다 보니 몸이 너무 아프다. 물론 촬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드레날린이 나와서 잘 찍긴 하는데, 배우들끼리는 "내일 얼마나 아프려고 이러냐"라고 한다. 액션신 찍으면 아무리 젊고 노련한 사람도 이틀 정도는 몸살 난 것처럼 온몸이 아프다. 그래도 계속하고 싶다."
-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 때 촬영하는 동안 손가락 부상이 있었다고 했는데, 이 때문이었던 건가?
"맞다. 넘어져서 팔을 다치면서 왼쪽 손가락도 같이 다쳤다. 관식이 손가락이 불편한데 실제 부상까지 당하니 양손을 다 못 썼다. 젓가락질도 힘들고 불편했다. 그래도 밥도 잘 먹고 할 건 다했다.(웃음)"
![배우 박해준이 영화 '야당'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3848be24f418fe.jpg)
- 역할이 마약수사대 형사인데, 어떻게 접근했나?
"마약 관련 형사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었다. 감독님은 마약이라는 것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어느 정도로 사람이 망가지는지, 왜 마약을 하면 끊을 수 없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셨다. 심각성이 크다. 쾌락과 환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데, 고통을 잊기 위해 마약을 다시 찾는다고 들었다. 마약을 하는 사람의 폭력성과 성적인 메커니즘이 심각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충격적이었다. '저렇게 사리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인간이 변해가는 걸 단순 쾌락과 중독이라고 생각했구나' 싶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마약은 꼭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로는 못 할 일도 많다. 만약 35세 이상의 센 영화, 드라마가 생긴다면 마약에 대한 민낯을 바라보도록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소재와 정보를 가지고 계신다. 시리즈로 내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많았다."
- 상재 캐릭터를 실제 형사에서 따왔다고 했는데, 패션이나 스토리도 많이 참고를 한 건가?
"실제로 옥황상제라고 불리는 형사님은 계시다. 녹취도 들었다. 그분의 의상을 따라 한 것은 아니다. 마약수사대 형사들이 마약범들과 어울리듯 비슷하게 입고 다닌다고 하더라. 일반으로 우리가 형사 하면 생각하는 의상이 아니라 화려하기도 하고 소위 말해 양아치스럽기도 하다. 귀걸이도 한다. 그런 의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어서 더 과하게 가고 염색도 할까 하는 얘기가 초반 작업 때 있었다. 그런데 촬영 컨디션 때문에 그럴 수가 없어서 조절했다."
- 영화 내용상 정치적으로 언급이 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바라보나?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필요하다고 본다. 가상이지만, 있을 법한 권력자의 속성을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마약이라는 소재를 통해 충분히 얘기될 수 있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 박해준이 영화 '야당'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5b472cd850f187.jpg)
-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배우다.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착하고 우직한 남편을 연기했지만, 악역일 때도 굉장히 돋보인다. 배우로서 느끼는 희열감이 있나?
"최근 류승완 감독님의 '휴민트' 촬영을 하고 왔는데, 악역으로 나온다. 정말 재미있다. 평소 생각하지 않은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연기할 때 시원하게 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연기로는 상식을 벗어난 돌발 행동, 나쁜 짓을 할 수 있다. 그럴 때 바르게 사는 저로서는 해방감이 있다. '부부의 세계' 때가 생각나는데, 한소희 배우가 거실에서 애를 보고 있는 장면이 있다. 제가 코트를 걸치고 나가는데 "어디 가?"라고 물어본다. 그때 그냥 "나갔다 올게"라고만 하고 나간다. 따로 얘기하는 것도 없고, 대답도 제대로 안 하고 나가는데, 그때 좀 통쾌하고 쾌감이 있다. 지나고 보니 못된 거고 사람이 덜 된 거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 재미있다. '이런 삶을 살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게 계속 누적되어 악역을 할 때 행동이 거침없어진다. 실제론 할 수 없는 일인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세상은 잘 돌아가는구나' 쾌감이 온다."
- 극단 차이무에서 연극을 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최근 예능에서 하곤 했는데, 돌이켜 봤을 때 연기적으로 달라졌다 하는 바가 있나?
"연극을 할 때 저는 기본적으로 다른 동료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차이무의 다른 배우가 저에게 "나는 너의 연기가 좋은데 욕심을 내서 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저는 연극에서 무대나 관객석을 들썩이게 하는 역할을 맡아본 적은 없다. 하지만 매체가 달라지다 보니 보여지는 것도 달라지는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에선 제가 한 시퀀스를 책임져야 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내가 구멍이 안 나야 하기 때문에 나름 예민하게 욕심을 부리게 되는 것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임팩트가 다르기도 하고, 감독님이 어떻게 찍어주시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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