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인간적이고 수더분한 매력이 가득한 배우 유해진이 이번엔 야망 가득한 독종 검사로 돌아왔다. 유해진 특유의 진하고 깊이 있는 연기가 '야당'을 가득 채운다. 배우로서 특별함을 찾고 싶지만,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기에 보편성도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끝없이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가 이번에도 빛이 났다. 최근 고향 청주에서 연극 무대에 다시 오르기도 했던 그는 편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돌아보며 "내가 할 일은 더 열심히 연기하는 것"이라며 배우로서 의지를 다졌다.
지난 16일 개봉된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배우 유해진이 영화 '야당'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003c9425b55d65.jpg)
'야당'은 '야당'을 스크린에서 주인공으로 다룬 첫 영화로 기존 범죄 액션 영화와는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최근 가장 큰 사회문제로 손꼽히는 마약을 소재로, 우리가 몰랐던 범죄의 뒷거래를 파헤치며 그 안에서 핵심 브로커 역할을 하는 '야당'이라는 존재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강하늘과 유해진, 박해준이 각각 마약범과 수사기관 사이에서 정보를 사고 파는 브로커 '야당' 이강수와 야심 찬 독종 검사 구관희, 그리고 집념의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로 변신해 뛰어난 열연을 펼쳤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본인만의 고유한 연기력으로 작품에 개성을 더해온 유해진은 권력에 대한 야심을 지닌 독종 검사 구관희로 변신해 강렬한 열연을 펼친다. 밑바닥부터 올라온 구관희는 매 순간 더 높은 곳을 욕망하며 살아가던 중 비범한 기억력과 능청맞은 연기력을 지닌 이강수(강하늘)를 알아본다. 그는 이강수에게 야당을 제안한다. 이강수를 이용해 마약 조직을 파헤친 구관희는 그를 본격적으로 야당으로 만들어 중앙지검 특수부까지 오르려 한다. 다음은 유해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변호사는 한 적이 있지만 검사 역할은 처음이다. 전형적이지 검사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접근했나?
"검사는 비슷한 캐릭터가 많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야망을 품은 사람이면 그러지 않을 것 같더라. 저의 목표이기도 한데 전형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있지만, 가능하면 안 그렇게 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제가 '올빼미'에서 왕을 했을 때 전형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야당' 같은 경우엔 '부당거래'와 비슷한 대사가 있더라. 겹쳐지는 것이 있는데, 어떻게 새로운 것을 찾아갈 수 있는지가 숙제다. 특별한 것을 찾아가야 하지만 보편성도 있어야 하니 어려운 것 같다. 물론 제가 계속하는 거라 엄청나게 새로운 것이 있겠나 싶다. 그럼에도 찾으려고 한다."
![배우 유해진이 영화 '야당'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418d930056f520.jpg)
- 방금 언급한대로 '올빼미'의 인조도 그렇고 이번 검사 역할도 그렇고 우리가 흔히 봐오던 것과는 다른 지점이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두 캐릭터 모두 겉으로 보여지는 위치와는 달리 결핍이 있다. 이렇게 결핍을 채워가는 캐릭터를 선호하는 편인가?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 배우 삶이 다르겠지,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삼시세끼'만 봐도 특별한 게 없다. TV 예능이긴 하지만 연출된 것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투닥거린다. 제 친구들에게 "잘 봤어? 어떠니? 가식적이야?"라고 물어보면 "그냥 너지"라고 한다. 그런 것처럼 직업이 검사인 거지 사람 사는 건 똑같다는 생각이다. '소수의견' 때는 변호사들이 '내 선배가 저런데'라는 생각을 하길 바랐다. 작품마다 목표이기도 하다. 이번 검사도 욕망을 놓지 않으려 하는 것뿐이지 특별한 것 없이 다 똑같다는 전제다."
- 마약부터 비리 검사 등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가 뜨겁다. 특히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연상케 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연기한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드나?
"요즈음에 찍었다면 알고 했을 텐데 그게 아니다. 보는 분들도 다 다르게 느끼실 것 같은데, 지금 시대와 상황이 맞물린다는 것이 묘하다. (우병우 오마주에 대한) 그 장면은 최근에 기사가 나와서 알았다. 그래서 감독님께 여쭤보기도 했다."
- 강하늘 배우가 유해진 배우와 함께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는 얘기를 했다.
"제가 선배라 그렇게 말했을 거다. 하늘이랑은 처음 연기해봤는데, 구김이 없어서 좋다. 그래서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고, 답도 클린했다. 군더더기가 없다. 꿍한 게 있으면 힘든데 그런 것이 없다. 자기 느낌대로 애기하고 스마트한 친구다. 하늘이가 저에 대해 그렇게 얘기해준다면 전 기분이 좋다. 사실 이제는 거의 다 후배라, 후배들이 부담을 안 느끼고 저를 동료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숙제인 것 같다. "저 선배는 어렵다"라고 하면 좋은 작품이 안 나오니까 그러지 않게 한다."
- 선배로서의 책임감도 많이 커졌나?
"선배보다는 배우로서의 책임감은 늘 있다. 배우로서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잘 다가갔는지 생각하게 된다."
![배우 유해진이 영화 '야당'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8cc055311dd560.jpg)
- 지난해 고향 청주의 청년극단 개관 40주년 기념 연극 '열 개의 인디언 인형'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바쁜 일정 속에서 청주까지 가서 연극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하다.
"쉽다.(웃음) 40주년이었는데, 제가 거기 들어간 건 38년이 됐더라. 청주 내려가서 선배, 후배들과 소주 마시는 것이 큰 낙이었다. 술 한잔하는데 "40주년인데 뭐 하나 해"라고 툭 던져본 거다. 저에게도 필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하죠"라고 했다. 이번 연극이 저에게는 인터미션 같은 느낌이었다. 지나온 시간도 돌이켜보고 무대에서 그 냄새도 맡아봤다. 스트레스가 하나도 없었는데, 단 하나 있다면 연습 끝나고 갈 맛집이 없는 것이었다.(하하) 맨날 족발집만 갔다. 최고로 행복한 시간이었고, 끝나는 것이 아쉬웠다."
- 차승원, 손호준 배우가 청주에 가서 연극을 보기도 했다. 서울이 아니라 청주라서 갔다고 얘기하기도 하던데, 고마움이 컸을 것 같다.
"맞다. 청주까지 오는 것이 쉽지 않은 건데 그렇게 와줘서 정말 고마웠다."
- 어떤 지점이 그렇게 편하고 좋았나?
"처음엔 저에게 작은 역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관심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조금 더 큰 역할을 했다. 다 편하다. 저 어려서부터 한솥밥을 먹던 사람들이라 추억덩어리고, 그냥 편하다. 끝나고 MT를 갔는데 스무 명이 한 방에 있는데도 안 불편하더라. 명절날 가족 다 모여있으면 식구인데도 불편하지 않나. 그런데 단원들 보면서 "이렇게 많은데 어쩜 이리 안 불편하지?"라고 했다. 다른 선배도 그런 시간이라고 하더라."
- 다른 공연 제안도 많을 것 같은데, 출연 생각도 있나?
"서울에서도 많이 제안이 왔다. 그런데 너무 오래 무대를 떠나 있어서 두려웠다. 청주는 고향이기도 하고 선배들이기도 해서 그런지 그런 두려움이 싹 사라지더라. 이렇게 시작했으니까 좋은 작품이 있으면 청주든 서울이든 하고 싶다."
![배우 유해진이 영화 '야당'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ac90c5e58e5cae.jpg)
- 오랜 시간, 지금까지도 정말 꾸준히 연기해오는 배우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느껴지는 바도 다를 것 같다.
"꾸준히 찾아주는 사람은 없다.(웃음) "그 감독은 저 사람만 쓰더라"라고 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페르소나라고 얘기하는데, 그것이 저는 없어서 아쉽긴 하다. 하지만 다양하게 찾아주시니까 그게 정말 감사한 일이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 뛰는 것도 갈수록 힘들어진다. 진짜 나이 먹는다는 걸 느끼는데, 연기적으로도 어려워지는 것 같다. 새로운 것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했던 것 중에서도 안 겹치게 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나이 먹는다고 쉬워지는 건 없더라. 나이 먹으면 여유로워진다고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는데, 건강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어떻게 조정해가면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 영화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배우로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도 궁금하다. 목표하는 바가 있나?
"영화의 봄날이 오길 바란다. 흐름이 있는 건데, 그 흐름이 다시 영화 쪽으로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더 재미있게,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다. 극장 와서 보길 잘했다고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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