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① '말없비' 도경수 "사랑에 올인? 대단해, 나와는 달라"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도경수가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남자의 애절한 마음을 스크린 가득 채워냈다. 현실에선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연기로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었다는 도경수다.

오는 27일 개봉되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시간의 비밀이 숨겨진 캠퍼스 연습실에서 유준(도경수)과 정아(원진아)가 우연히 마주치면서 시작되는, 기적 같은 마법의 순간을 담은 판타지 로맨스 영화다.

2007년 개봉한 대만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에선 주걸륜과 계륜미가 연기 호흡을 맞춰 판타지 로맨스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내일의 기억'을 통해 타고난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던 서유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도경수는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오래된 연습실에서 만난 정아와 사랑에 빠져 직진 사랑을 하는 남자 유준 역을 맡아 첫 멜로 영화에 도전했다. 깊이 있는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가슴 설레는 로맨스를 그려낸 도경수는 피아노 연주 장면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호평을 얻고 있다. 다음은 도경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개봉을 앞둔 소감은?

"많은 분이 영화관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예전보다는 영화관을 찾아주는 분들이 줄었는데, 그래도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영화관에 오셔서 한국 영화를 다 봐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일 크다. 이왕이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봐주시면 더 좋겠다."

-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은 무엇인가?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움. 멜로 영화이다 보니까 따뜻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 원작이 너무 훌륭한 영화이니까 원작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만들어졌을 때 어떻게 리메이크가 됐을까 생각하고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작품을 선택할 때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라는 도전에서 큰 목적이 있었다. 원작을 워낙 좋아해서 어떻게 해야 다르게 표현할까 하는 도전도 있었다. 평소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재미고, 그런 것들이 제가 배우 직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원작 영화는 본 적이 있나?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원작을 봤고, 이번 영화 하기 전에 본 지 오래 됐다 싶어 다시 한번 봤다. 처음 봤을 때 너무 재미있는 영화라고 기억에 남아있다. 그때는 재미있다, 잘 만든 영화구나 정도 생각했다."

- 원작을 다시 보니 달라진 느낌이 있나?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한 것을 느끼게 되더라. 촬영 경험도 해보다 보니 '이 앵글로 찍었구나', '이렇게 했구나' 기술적인 것이 많이 보였다. 또 그 당시 못 느꼈던 감정선이 디테일하게 보였다. 그래서 여전히 저는 재미있었다."

-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고 하면 당연히 피아노 배틀을 떠올리게 된다. 피아노를 못 치고, 악보도 못 본다고 했는데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부담이 컸을 것 같다. 피아노 연주 준비 과정을 들려달라.

"부담이 많이 됐다. '더 문' 끝내고 크랭크인까지 3주 정도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사이에 준비하고 영화 촬영하면서도 연습을 해야 했다. 세계에서 알아주는 피아니스트라서 소화하기엔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몸짓이라도 구현을 해보자 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피아노를 알려준 분이 두 분 계신다. 피아노 배틀에서 함께 연주한 분이 선생님이다. 서울대학교 다니는 피아니스트인데, 그분 피아노 치는 몸동작이나 또 다른 분의 몸동작을 촬영해서 카피해서 했다."

- 서유민 감독님의 말에 따르면 피아노도 사고 방음 부스 설치도 했다고 하더라.

"맞다. 피아노만 가져다 놓은 방이 있었고, 방음 부스 설치를 했다. 쳐야 하는 부분들은 반복 연습을 많이 했다. 하지만 3주 만에 피아니스트분들의 손동작을 모두 구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더라."

- 피아노는 아직도 있나?

"옛날에 중고 마켓으로 갔다.(웃음)"

- 이렇게 피아노에 입문했는데 계속할 생각은 안 했나?

"너무 말도 안 되는 초반 단계다. 만약 1년 정도 쳤다면 흥미를 붙였을 텐데 연주가 아닌 부분 부분만 했다. 흥미를 붙일 시간은 없었다."

- 사랑을 향한 이글거리는 눈빛이 인상적이었는데, 의도적으로 활용한 것이 있나?

"그렇다기보다는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다. 대본 자체에 감정이 세세하게 되어있었다. 그것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감정이 잘 나왔던 것 같다. 원작은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직진하고 달려가는 장면이 없는데, 한국판은 그런 모습이 많아서 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 집중했다."

- 유준의 감정신 중 가장 많이 신경을 썼던 장면이 있다면?

"엔딩에서 정아를 만났을 때의 표정과 감정 표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저는 이 영화 전체에서 그게 제일 중요했다. 그 장면 하나만 봐도 이 영화가 다 느껴질 정도의 숙제라고 생각했다.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가장 고민이 많았다. 정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표현이어야겠다 싶었는데, 가장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 차곡차곡 잘 쌓여서 보시는 분들에게는 전달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사랑에 올인하는 캐릭터인데, 이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본인과 비교했을 때 어떤가?

"대단한 것 같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커리어도 안 볼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직진한다.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 대단한 남자라는 생각이 든다. 저와는 전혀 다르다. 물론 그런 분들도 계시겠지만, 현실에서는 크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에서라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어 즐거웠고, 이런 멜로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 만약 친구가 그런 사랑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 같은가?

""현실적으로 생각해라. 뭐하냐는 거냐"라고 할 것 같다. 타인이 말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할 건 하고 그 이후에 하는 게 어떠냐"라고 설득할 것 같다."

- 유준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것이 있나?

"생각 안 해봤다.(웃음) 지금 드는 생각인데 정아는 볼 수 있는데, 먹을 수 있나?("정아는 유준이 해 준 음식을 먹었다") 아, 먹었구나. 저는 그 이후 상황에 대해 상상하지 않았는데, 정아만 볼 수 있고 그 공간에선 사회생활도 할 수 없다. 저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잘 지내고 있지 않을까."

- 본격적인 멜로 영화 도전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전에는 왜 하지 않았었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이전에도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것보다 더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한 영화를 선택했었다. '연애 빠진 로맨스'를 보고 이런 남자 주인공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영화는 판타지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일상의 현실적인 감정을 담은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게 재미있다. 감정 표현도 쌓이고, 표현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진다. 작품을 해오면서 멜로가 아니라도 캐릭터와 캐릭터의 갈등,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계속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