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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결산]⑫ '직장 내 괴롭힘' 당한 故 오요안나, 개인 비극 넘어 사회적 분노로


오요안나의 죽음과 일기장 "카톡 방에서 쉴 새 없이 욕"
"故오요안나, 괴롭힘 맞지만 처벌은 불가능"⋯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

희망으로 시작했던 2025년 연예계는, 매일 같이 뜨거운 이슈들이 쏟아졌다. 결혼과 출산으로 행복에 젖은 스타들도, 이혼으로 홍역을 치른 스타들도 많았다.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스타들로 슬픔을 겪었다. 부적절한 이슈로 실망감을 안긴 스타도, 논란을 딛고 복귀한 스타들도 있다. 한국 뮤지컬이 K컬처에 새 이정표를 세웠고, 가요계는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차있다. 올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예계 뉴스를 짚어봤다.[편집자]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도입된 지 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누군가를 괴롭히는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다.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던 故 오요안나의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심각성을 환기 시켰다.

오요안나의 죽음과 일기장⋯"카톡 방에서 쉴 새 없이 욕했다"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 [사진=오요안나 인스타그램]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 [사진=오요안나 인스타그램]

2021년 5월부터 MBC에서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던 오요안나는 2024년 9월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12월, 그녀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유족에 따르면 오요안나의 휴대폰에선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동료 기상캐스터들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매체를 통해 공개된 일기장에는 오요안나의 고통이 기록돼 있었다 . 고인이 2023년 2월 쓴 일기장 내용에는 "선배들이 내 잘못을 샅샅이 모아 윗선에 제출했고, 카톡방에서 쉴 새 없이 날 욕했다", "당신들이 나를 아니라고 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배우거나 연습하기보단 회피하며 술이나 마셨다"라고 적혀 있었다.

해당 일기 이틀 전에는 오요안나가 MBC 관계자를 만나 갈등을 호소하며 "제가 표현도 되게 서툴고 뭔가 빠릿빠릿하게 연락을 한다든가 아니면은 살갑게 한다든가 이런 스타일이 아니어서 오해를 많이 사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관계자는 "항상 좋은 얼굴만 볼 수는 없다"며 "내부적으로 선후배 관계는 잘 푸시면 되는 거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있었다"⋯MBC "무겁게 받아들여"

MBC는 오요안나 사망 4개월 만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MBC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사에 나선 고용노동부는 故 오요안나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이 MBC를 상대로 진행한 특별근로감독에서 조직 내의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근로기준법에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MBC는 "故 오요안나 씨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라는 고용노동부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체 없이 수행하겠다"며 "프리랜서를 비롯한 비정규직, 외주사 직원 등 MBC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고개 숙였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MBC 동료 기상캐스터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부고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도 일부 캐스터들은 여전히 방송을 진행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MBC는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가 나온 뒤, 故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와 계약을 뒤늦게 해지했다. 다만 유족들이 가해자로 지목한 다른 기상캐스터들에 대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3명과는 재계약했다.

"계약서 보니 프리랜서라고"⋯우리 사회에 던진 무거운 질문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 [사진=오요안나 인스타그램]
19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MBC 기상캐스터였던 고(故) 오요안나씨 특별감독결과 규탄 기자회견에서 오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발언하다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故 오요안나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더불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들을 향한 분노가 컸다. 시간이 흐르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지 못한 근로기준법과 프리랜서들의 인권 문제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 문제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커졌다. 오요안나는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며 회사의 지시를 받았지만,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법의 테두리안에서 보호받지 못했다. 차가운 현실이었다.

국민의힘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의원은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열고 "괴롭힘은 인정하면서도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건 사실상 가해를 방조하고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이럴 거면, 차라리 특별근로감독 제도를 폐지하라. 이렇게 무력하고 무책임할 바에야 국민 혈세를 들여 특별감독을 할 이유가 없다"고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고용노동부의 발표를 비판했다.

故 오요안나 가족 역시 울분을 토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지난 6월 10일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오요안나를 기억하는 밤' 추모문화제에 참석해 "공채로 뽑혔는데 계약서를 보니 프리랜서라고 쓰여 있더라. 안나는 정규직과 똑같이 근무했고, 그저 MBC라는 차를 굴리기 위한 나사에 불과했다"고 눈물을 쏟았다.

지난 2월 이른바 오요안나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대표 발의됐다. 프리랜서 근로자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인정 요건을 완화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고 오요안나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여전히 넘쳐나는 '직장 내 괴롭힘'과 '조직문화 개선'을 약속한 MBC, 그리고 법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수많은 프리랜서들의 목소리까지. '제2의 오요안나'가 더 이상 없길, 비극은 끝나야 한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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