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류승완 감독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멜로 장르를 가지고 돌아왔다. 물론 자신의 장기인 액션이 주가 되긴 하지만, 이 액션에 더 큰 동력을 주는 것이 바로 멜로라는 점에서 놀랍기만 하다. 게다가 처절한 멜로의 주인공이 박정민과 신세경이라니. 류승완 감독은 조인성과 박정민의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자 판을 깔았다고 밝히며 연기력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의 노력, 시선 등을 극찬했다.
지난 11일 개봉된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을 필두로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까지 합세해 강력한 시너지를 완성했다.
![류승완 감독이 영화 '휴민트' 촬영 현장에서 연출 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NEW]](https://image.inews24.com/v1/87e2b3cb84baa0.jpg)
매 작품 한국 액션 장르의 경계를 넓혀온 류승완 감독은 이번 '휴민트'로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스타일리시하고 강렬한 액션의 정수를 보여줬다. 특히 그는 "구원과 희생, 그리고 복수가 액션 영화의 영원한 테마"라고 밝히며 '휴민트'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설명했다.
사람을 통한 정보 활동이라는 '휴민트' 개념을 바탕으로 완성된 '휴민트'는 냉혹한 현실 속,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작지만 거대한 파장을 스크린에 깊이 있게 풀어냈다. 조 과장(조인성 분)의 인간애부터 박건(박정민 분)과 채선화(신세경 분)의 처절한 멜로까지, 복합 장르인 '휴민트'는 극장에서 꼭 봐야 하는 영화로 평가 받고 있다. 다음은 류승완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개봉을 한 후 현재까지 다양한 반응이 있다. 뒤늦게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은데, 현재 마음은 어떠신지 궁금하다.
"시사하고 개봉을 하고 설 연휴도 있어서 인터뷰 일정이 이렇게 잡혔다. 지금은 무대인사를 한다고 정신이 없다. 무대인사를 하면서 좋았던 것은 오랜만에 극장이 북적이는 느낌이다. 가족 단위 관객도 많다. 배우들을 보러 오셨기도 할 테지만, 영화 잘 봤다고 해주는 분들 덕분에 감사하고 기운이 좋다. 신나게 연휴를 보냈다. 장항준 감독도 진짜 고생하다가 잘 되다 보니 너무 좋다. 또 '왕과 사는 남자'의 최영환 감독은 저랑 평생을 함께했다. 유해진, 유지태 배우도 있고, 간만에 우리가 만든 영화들로 이렇게 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마지막 무대인사 때는 '넘버원' 팀과 버스 대기를 같이했다. 최우식, 장혜진 배우와 같이 파이팅도 하고 좋았다. 작년 설에 비하면 엄청 북적여서 재미있고 감사하다. 물론 이견도 있는데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좋은 건 좋은 것대로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 박정민 배우 멜로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저도 그렇지만 박정민 배우도 멜로 부분이 이렇게 부각될 줄 몰랐을 거다. 각본상에 인물들의 감정선은 있지만, 박정민의 멜로를 기대하게 된 것이 얼마 전에 발생한 일(청룡영화상 화사와의 무대)이다. 사고다. 우리는 전혀 의도한 것이 아니다. 물론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이다. 박정민 배우가 '헤어질 결심'에서 짧지만 강렬한 멜로를 보여준다. 얼마 안 되는 장면임에도 둘의 관계가 어떤지 다 알게 된다. 배우에게 가진 힘을 끌고 와서 한번 해보고 싶었다. 영화 다 만들고 나서 '박정민 배우가 진짜 잘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 박건과 채선화의 사연이 많이 드러나지 않지만, 연출을 잘했기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절절한 사랑을 했는지가 느껴진다. 연출할 때 어떤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나?
"만약 제가 본격적인 멜로 영화를 했다면 이러지 않았을 거다. "쟤가 저렇지 뭐" 이럴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너무나 긴장되고 격렬한 상황이다. '여명의 눈동자'를 예로 들면, 대치와 여옥의 사랑이 절실한 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더 크게 다가온다. 아마도 그런 것이지 않을까. 박정민과 신세경 둘만의 관계로만 갔다면 세게 느껴지지 않았을텐데 조 과장이 있어서 가능하다. 삼각관계가 아니다. 조인성 배우가 이 작품을 하기 전에 '모래시계'를 다시 봤다. 대부분의 배우는 최민수 선배님 롤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올라오기 마련인데 조인성 배우는 박상원 선배님 롤을 얘기하더라.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이 그거라고 하더라. 깜짝 놀랐다. 책임감도 컸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시선과 힘이 있다. 그 얘기를 듣고 조인성 배우의 앞으로의 연기가 기대되더라. 그런 요소가 작용해서 박정민과 신세경 멜로 라인을 잘 봐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그럼에도 과거 사연이 많지 않아서 박건의 선택과 행동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에 대해 우려나 걱정을 하지는 않았나?
"현재 상태에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과거 사연을 시시콜콜 알지 못해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끈적해지는 것 같다. 만약 매력을 못 느낄 관계와 인물인데 그걸 많이 보여준다고 해서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력이 있다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매력적이다. 현재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극적이고 많은 것이 있어서, 현실에만 집중하면 궁금증이 또 다른 힘이 되고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 멜로가 이렇게 부각될 줄 몰랐다고 했는데, 멜로 영화에 더 큰 반응이 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나?
"내가 만든 방향으로만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없다. 이 현상이 무심하지 않고 재미있다. '이렇게 많이 올라오네?'라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이 라인을 강하게 느껴야 후반부에 펼쳐지는 액션을 마초 액션이 아닌 세심하고 감정적 폭발력을 가진 액션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런 반응을 만든 사람으로 기분이 좋다."

- 조인성 배우에게 쉴 때 현장에 나와서 지켜봐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했다. 조인성 배우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나?
"좋은 배우들은 태도가 비슷한데, 자신의 역할을 넘어 전체가 어떻게 완성이 될 것인지를 본다. 등대 같은 역할을 한다. 다른 주변부를 비춰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준다. 그래서 제가 먼저 부탁했다. 이런 장면을 찍을 때 조인성의 표정을 보면 '이거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멜로 드라마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사람이지 않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 그런 멜로 장인이 지켜본다는 것이 다른 배우들에겐 부담이 되는 일이기도 했을 것 같다.
"조인성 배우가 박정민 배우 신경을 많이 써줬다. 신세경 배우도 멜로를 많이 했다. 배우들끼리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같이 있을 때도 그렇고 되게 힘을 많이 실어준 느낌이 있다."
- 오래전에 구상했었고, 할까 말까 하기도 했다고 했는데 이 이야기를 진짜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과정이 궁금하다.
"이 이야기의 소재를 정하고 세팅을 하기로 한 건 '베를린' 때 취재를 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들었던 자료로부터다. 그런 후 '베테랑'부터 다른 것을 많이 했다. 그리고 '베를린'을 외국에서 찍을 때 너무 힘들었다. '모가디슈'와 '밀수'를 거치면서 조인성과 박정민이라는 다른 매력을 가진 두 배우를 전면에 내세워서 하고 싶다 했을 때 이 대본이 생각났다. 좀 특이한 케이스였다. 배우를 먼저 정해놓고 한 것은 '베테랑'이 처음이다. 승범이랑 작업한 건 다른 문제고, 이렇게 해본 적이 없다. 이번엔 가지고 있던 대본을 잊고 있다가 배우들 때문에 꺼내게 됐다. 구체화하면서 그때와 되게 많이 바뀌었다. 예전엔 유머도 있고 까불거리는 것도 있는데, 복잡한 것을 빼고 인물 중심으로 가는 것을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배우들로부터 출발했다."
- 박건과 채선화는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인물이고, 조 과장은 이들을 지켜주는 참 어른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의도가 담겼나?
"절대 삼각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멜로 드라마로서 강하게 주려면 삼각관계가 유리한 지점이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건 싫었다. 그거야말로 공식대로 가는 것 같다. 조인성이라는 배우에게서 역으로 멜로 뉘앙스를 빼고 박정민에게 줬다. 그래서 현장에서 '키다리 아저씨'라는 말을 많이 했다. 제가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데 사람이 누구나 죽을 것 같은 순간을 한번은 겪는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한 사람만 옆에 있었으면 산다고 하더라. 큰 희망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조인성 배우에게서 그런 모습을 봤다. 실제로 키도 크고 기댈 데도 많다. 저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늘이 되어줄 수 있는, 나는 여기 있을 테니까 놀고 싶을 때 놀고 쉬고 싶을 때 와서 쉬라고 하는 형이 있으면 좋지 않나. 그런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인물은 외롭다."

- 박정민 배우가 '밀수'와는 전혀 다른 역대급 비주얼을 완성했다. 요구한 부분이 있었을 텐데, 만족도는 어떤가?
"'밀수' 때 살크업을 한 다음에 커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좋아서 빼기로 한 kg은 묻어두고 간 거다. 빼기로 했던 kg이 있어서 이번에 과하게 요구했다. 그래서 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웃음) 배우라는 직업이 자기 재능이 있으면 다 가능할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고 같이 일을 해보면 '이래서 아무나 배우는 못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배우를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배우가 되는 사람은 아쉽게도 얼마 안 된다. 거기에는 재능도 있고 운도 따라야 하지만 노력을 넘어서는 것도 장기다. 박정민도 박정민인데, 엔딩 장면에서 그 추운 데서 배우들이 얇은 의상으로 버틴다. 보온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심지어 나이 어린 친구들은 오케이 나면 이제 난로 쬘 수 있다면서 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슛을 간다고 하면 바로 나온다. 배우들이라는 존재는 경이롭다고 생각한다."
- 박정민 배우가 영화 속에서 무스탕을 입고 나오는데, 라디오에서 "감독님이 무스탕 자주 입으신다. 그래서 자신을 나에게 투영한 건가?"라는 말을 했다. 진짜 그런 점이 있나?
"무스탕뿐만 아니라 조 과장이 입는 코트 역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예전부터 자주 입었다. 한번은 박정민 소속사 김미혜 대표가 박정민 뒷모습만 보고 저라고 착각한 일도 있었다. 제가 좋아하는 옷이라 입힌 건 맞다. 무스탕이 박정민 배우와 참 잘 어울렸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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