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렇게 열정이 많은 배우였다니. '파반느'를 만나고, 준비하는 과정도 꽤나 드라마틱했지만, 인터뷰를 대하는 자세 역시 남달랐다. 영화 첫 인터뷰이기 때문에, 더 신경 쓰고자 직접 가죽 재킷을 구매해 입고 왔다는 그다. 스스로는 말을 잘 못한다고 했지만, 솔직하고 유연한 태도 또한 인상적. 그래서 기자들 사이 "엉뚱한데 솔직하고 재미있어"라는 말이 나오기도. 싱그러운 '청춘'이라는 단어가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 문상민이다.
지난 20일 공개된 '파반느'(감독 이종필)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영화다.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탈주' 등 차가운 현실에 놓인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로 그려내며 주목받은 이종필 감독의 연출작이다.
![배우 문상민이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cfb230d4d2c605.jpg)
문상민은 무용수의 꿈을 접고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 경록 역을 맡아 미정 역 고아성, 요한 역 변요한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경록은 무용수의 꿈을 접은 채, 아이슬란드에 가기 위해 백화점 주차 안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이다. 자신과 어머니를 두고 떠난 아버지로부터 받은 가슴 한 편의 상처가 있다. 인생도 사람도 까칠하고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던 어느 날 지하 창고에서 마주친 미정이 신경 쓰인다.
최근 '은애하는 도적님아'로 로맨스 사극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낸 문상민은 첫 영화인 '파반느'에서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다가 사랑을 통해 빛을 얻고 성장하게 되는 인물 경록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어딘가 공허한 눈빛과 반항기 어린 태도부터 미정에게 마음을 열고 웃음과 생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 청춘의 솔직하고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중이다. 다음은 문상민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반응이 좋다. 호평이 많은데 어떤가?
"호평도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봐주셔서 그 사랑을 체감한다. 공개된 지 일주일이 안 됐는데 제가 이 작품을 굉장히 많이 기다렸다. 나온다고 하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 행복한 감정을 넘어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 첫 영화기도 한데, 그래서 더 남다른 마음이 있을 것 같다.
"첫 영화기도 하고 제가 처음으로 받은 영화 시나리오다. 그 부분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얼마나 저에게 기회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너무 그 순간들이 소중하다. 더램프 박은경 대표님과 이종필 감독님께 감사하다. 제가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믿고 맡겨주신 것에 대해서 책임감이 생겼다. 잘해내고 싶고, 그만큼 진심으로 하고 싶었다. 서툴더라도 진심을 다해 하는 것이 목표였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하다."
![배우 문상민이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61c5a1e0737f1c.jpg)
- 경록이 자신과 닮았다는 말을 했는데, 어떤 점이 그랬나?
"방황하는 청춘의 상황이 비슷했다. 저는 20살 중반은 안정되고 생각이 뚜렷해질 줄 알았는데 더 혼란스럽고 흔들렸다. 제 선택이 틀린 것 같고, 위축됐다. 그런 순간에 만난 것이 '파반느'다. 몰입됐다. 혼란스러운 마음이 담겼다. 대사의 톤 자체가 잔잔하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요동친다. 그게 제일 공감이 되지 않았나 싶다."
- 경록이라는 인물을 떠올렸을 때 어떤 키워드를 잡았나?
"흰 사포 같았다. 검은색이 아닌, 흰색의 까슬까슬한 사포다. 지금 막 생각이 났다. 무의 상태지만 질감은 까슬까슬하며 거칠고 일정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어떻게 그려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봤다. 그래서 연구를 많이 해야겠다 싶었다. 할 수 있는 것이 많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서 더 연구하면서 잡아갔다."
- 이종필 감독이 리딩을 하기 위해 오전 6시에 와달라는 말에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고, 매니저 없이 매일 3시간씩 리딩을 했다고 했다. 또 춘천에서 이종필 감독이 설경 인서트를 찍을 때 너무 소중한 마음에 전화해서 "뭐하냐"라고 했을 때 바로 "갈까요?"라고 했다고 했다. 고민 하나 없이 즉각적으로 움직였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이유에서였나?
"오전 6시에 와달라는 것도, 사실 제가 먼저 요청을 드렸다. 시간이 많이 없으셨다. 일이 오전 10시부터 있다 보니 그때뿐이라서 "아침이라도 가면 안 될까요?"라고 여쭤봤다. 저녁에 만나기도 하고, 시간을 맞추면서 만났다.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둘 다 시간이 될 때 같이 있으려고 했고 감독님이 흔쾌히 받아주셨다. 시간을 쏟아주셨다. 그게 쉽지 않다고 생각해 감사했다. 제 불안함에 시간을 할애해주시고 이해를 해주시고 같이 해주는 그 마음이 감사했다. 전경을 찍으러 갔을 때도 저에게 연락을 해주셨는데 제가 가야 하는 느낌이었다. 가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느낌이라서 "가도 돼요?" 했던 거다. 그때 넘어지는 몽타주도 찍었다."
- 넘어지는 장면도 실제로 넘어졌고 다쳤다고 들었다.
"길이 얼어 있었다. 한 번 넘어졌는데 손을 짚으면서 넘어져서 찢어졌다. 아프더라. 그래서 '좀 아프네'하고 있다가 좋은 장소를 찾은 거다. 그래서 빨리 찍어야 한다고 해서 아픈 거 생각할 새도 없이 촬영했다. 영화에 나오는 장면에서 뛰어가다가 넘어지는데, 아파서 안 넘어지려고 하다가 넘어지는 모습을 즉흥적으로 찍어봤다. 좋은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서 나온 장면이다. 그렇게 두 번 넘어진 거다."


- 고아성 배우가 "나에게 왜 잘해줘요?"라고 묻는 장면을 너무 좋아하고, 촬영할 때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촬영 전 같이 리딩을 할 때도 혼자서 읽어보던 그 대사를 이제 경록과 같이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고 하던데, 그런 감정을 받아보니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경록의 입장에서 누나가 울어서 놀랐다.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왜 날 좋아하냐고 하면 "물에 빠진 사람에게 왜 물에 빠졌냐고 하면 안 된다"라고 한다. 심플한 답변이다. 미정 씨를 좋아하는 것을 왜 묻냐고 하는 거다. 그렇게 느끼니까 경록으로 "누나 울어?" 그랬던 것 같다. 누나에게 그 대사가 정말 컸구나 싶었고 그때 또한 투박했다."
- 경록의 무표정을 찾아가는 것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고 했는데, 그 과정이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초반에 대사가 많이 없다. 대사로 캐릭터를 보여주는 건 욕심이다. 그래서 제가 첫 번째로 찾아간 것이 표정이다. 공허하고 텅 비어있어야 하는데 힘아리가 없으면 안 된다. 그래서 눈을 찾으려고 했다. 촬영하면서 평소에도 거울을 진짜 많이 봤다. 계속 보고 표정을 지어보니까 하나하나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제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내레이션의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경록의 선택을 표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래서 내레이션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눈길이 가고 계속 보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목소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버전을 많이 준비해서 녹음하고 계속 혼자 들어봤다. 솔직히 다 똑같다. 버전을 1부터 5까지 다르게 준비해서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음률이 달라진다. 이때는 어떤 생각으로 했길래 달라질까 싶어서 들어보면 감독님이 "여기 너무 좋다", "이건 어떤 생각이야?"라고 해주신다. 경록의 생각만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팁도 알려주셨다. 그걸 계속 들으면서 만들어갔다."
- 후반 이이담 배우와 LP바 장면에서 눈물 흘리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비하인드가 있다면?
"그 공간에서 눈물이 나서 참느라고 애를 먹었다. 세트에서 구현해서 찍었다. 이담 누나와 앉아있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노래를 틀어주셨는데, 시작하기 전부터 그 표정이었다. 경록이 완전히 망가지고 무너지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표현하려고 했다."
- 문상민의 청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상민이 생각하는 청춘은 문상민이라고 생각한다. 청춘은 자기 자신이다. 모두에게 청춘이 있듯이, 촬영하면서 제 청춘이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문상민이라고 정의하자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촬영이 끝나면, 너는 청춘의 얼굴이 될거야"라고 하셨다. '파반느' 예고편 나오고 나서 '문상민, 청춘의 얼굴'이라는 댓글이 있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따봉 300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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