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류승완 감독이 작정하고 근사하게 찍은 박정민의 새 얼굴이 '휴민트'를 가득 채운다. 큰 스크린 가득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엔딩에 가서는 끝내 눈물 짓게 만드는 박정민이다. 배우로서 또 한번 높게 도약한 박정민을 만날 수 있어 반가운 '휴민트'다.
지난 11일 개봉된 '휴민트'(감독 류승완)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을 필두로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까지 합세해 강력한 시너지를 완성했다. 특히 이 작품은 류승완 감독의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액션 뿐만 아니라 박건(박정민 분)과 채선화(신세경 분)의 처절한 멜로로 큰 호평을 얻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동력으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액션이 폭발적인 재미를 선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박정민은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멋지면서도 가슴 찢어지는 캐릭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박정민은 지난 23일 진행된 '휴민트' 임팩트 GV를 통해 자신을 작정하고 근사하게 찍어준 류승완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와 애정을 고백했다.
박정민은 대사보다 침묵으로 표현해야 했던 캐릭터에 대해 "대사가 아니라 눈빛, 몸짓으로 표현을 하다 보면 나의 진심과 다른 얼굴이 나올 때가 있다"라며 "나의 진심이라고 해도 박건의 진심처럼 보이지 않는 순간이 더러 발견됐다"라고 고백했다.
내면 연기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강조한 박정민은 "깊은 곳에서 사랑, 분노를 끌어올려도 박정민의 얼굴과 버릇으로 나온다. 그럴 때는 철저하게 계산해서 움직임과 눈빛을 박건처럼 표현하는 것이 화면에는 좀 그럴싸하게 나온다"라며 "연기가 진실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인물과 만나는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사가 많지 않아서, 대사 한줄 한줄이 다 소중했다"라고 덧붙였다.
'휴민트'는 지금껏 본 적 없는 박정민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특별하다. 단순히 '멋짐'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어떤 때는 보위부 조장으로서 냉철함으로 범접하기 어려운 인물로 그려지다가 어떤 때는 선화의 거리 두기에 어찌할 바를 몰라 난감해하는 어리숙함이 보인다. 그러다가 선화를 지키기 위해 몸 사리지 않고 돌진할 때는 활화산처럼 뜨겁게 타오른다. 그러다 결국 마주한 선화에게 무스탕을 입혀주고 신발을 신겨줄 때는 절절한 순애를 선사한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얼굴과 분위기를 한 영화에 다 담아낼 수 있는 건지, 놀라울 정도다.


박정민은 "영화를 공부했던 학생이던 제가 단편으로 감독님을 만나고, 또 시간이 지나 한 영화의 중요한 롤로 저를 써주시면서 신뢰를 보여주신다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이 영화에서 정말 근사하게 찍어주시겠다고 작정하고 찍어주셨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 제가 데뷔한 지 좀 됐는데 콘티 짜는 단계에서 촬영 감독님이 360도로 사진을 찍어주신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어떤 상태에서 박건과 유사할지 연구를 하신 거다. 한 배우의 얼굴을 연구해서 적절하게 사용하려고 하는 감독님의 의지와 믿음은 살면서 자주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그때 '가볍게 생각하고 참여할 프로젝트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고 전에도 열심히 했던 것 같지만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라고 '휴민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고백했다.
이에 "감독님들의 무한한 신뢰를 받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자 박정민은 "신뢰가 없어서, 그렇게 해서라도 믿고 싶어 그런 걸 수도 있다"라고 농담을 하고는 "애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애정에 보답하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멜로라는 장르로 너무나 좋은 평가를 얻은 박정민은 "개봉한 시점에는 멜로 영화라는 얘기를 해주시는데, 저는 처음 대본을 받고 준비할 때 그 정도일지 몰랐다. 한 사람의 동력이 사랑하는 사람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다르더라"라며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마음이 얼굴과 표정에 찍혀나오면서 박건과 채선화의 사랑이 생각보다 더 큰 중심축으로 가고 있음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제가 멜로 영화나 드라마를 해본 적은 없지만, 사랑의 감정은 흔하다. 하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사랑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인 희생, 목숨까지 버리는 순애를 표현하는 기회는 흔치 않다"라며 "이런 모양의 멜로 감정, 혹은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는 건 지금 생각해보면 행운이다"라고 전했다.

류승완 감독은 액션이 어떤 감정이 담겼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를 하던 중 "배우들에게는 얘기를 안 했고, 지금 처음 얘기한다"라며 "박건의 마지막 선택이 각본상에는 고귀한 희생처럼 되어 있다. 일부 사실이지만, 박건이 상당히 미성숙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건의 욕망은 자신의 죽음으로 선화에게 영원히 남고 싶은 것이다. 이미 한번 이별했던 사람이고, 그 상황까지 갔을 때 조 과장이라는 존재를 보게 되고, 선화 혼자 살아남게 된다"라며 "만약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행복할 수 있을까. 자신의 신념과 자신을 둘러싼 시스템 안에서 나의 삶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행복이 될까. 그런 확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거기서 굉장히 유아적인 결정을 하는 거다"라며 "내가 가장 고통적인 모습을 상대에게 각인시켜서 그녀 안에 영원히 살아남겠다는 생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민은 "감독님이 현장에서 말씀해준 적이 있다"라고 덧붙였고, 류승완 감독은 "저 그렇게 만만하게 찍는 사람 아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반면 신세경은 "선화는 어머니, 아버지가 아프기 때문에 큰돈을 벌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간 거다"라며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해외로 나가기로 했던 것이다"라고 박건을 떠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류승완 감독은 "선화가 조금 더 성숙한 거다. 박건에게 흔적을 아예 안 남기고 사라지는 것을 선택한다"라며 "박건과 선화의 이별 방법을 보면 다른 점을 알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어려서 서커스, 마술을 좋아했다는 류승완 감독의 말에 박정민은 "제가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를 하고 있는데, 가족을 소개하는 대사가 있다. "아빠는 서커스에 갔다가 동물들과 사랑에 빠졌대요"라는 대사를 하면 감독님이 생각난다"라고 전했다. 이에 "두 분 굉장히 사랑하는 사이인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류승완 감독은 조 과장의 코트, 박건의 무스탕에 대한 비하인드도 전했다. 그는 "그쪽 지역에 사는 분들은 그런 소재를 즐겨 입지 않는다"라며 "의상은 개인 취향이다. 그런 코트와 무스탕을 되게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태어나길 잘못 태어나서 그런 롱코트를 누군가에게 입혀주고 싶었다"라며 "무스탕은 즐겨 입는 스타일의 옷인데, 박정민 정도는 나랑 비슷하게 생겼으니까 (입혔다)"라고 농담을 덧붙였다.
후반 박건이 조 과장에게 속삭인 말은 '휴민트'를 본 관객들 사이 큰 궁금증을 유발하는 부분. 박정민은 "대본엔 대사가 없고 '속삭인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뒤에 "살고 싶다더라" 정도만 있었다"라며 "저희 나름대로 정해서 한 것은 있지만 그건 촬영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건의 대사는 관객 모두가 다 달랐으면 좋겠다. 각자에게 애절한 대사가 무엇인지 생각했으면 한다"라며 "제가 그걸 5년 뒤에 말하겠다고 한 것은, 그 순간의 대사를 모르기 때문에 모두 다 다른 영화를 안고 사는 거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맡기고 싶다"라고 5년 안에는 그 대사를 말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정민은 "이 영화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다.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는 영화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휴민트'를 향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류승완 감독은 "무대인사를 하면서 특별한 것이, 함께한 배우들이 진심으로 이 영화를 아껴준다는 것이 느껴진다. 같이 만든 동료로서 뿌듯하고 고맙다. 박건의 결말처럼, 마음에 담아달라"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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