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승부' 속 이병헌은 역시 명불허전이었고, 걱정과 궁금증을 얻었던 유아인도 논란과 별개로 제 몫을 잘 해냈다. 영화의 완성도도 좋다. 이 이야기로, 이 인물들로 뭘 말하고 싶은지가 명확하다 보니 쉽게 극 속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바둑을 통해 실패와 좌절을 맛본 인물들의 감정은 강렬하게 요동친다. 그래서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크다. 유아인 사건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놓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영화 '승부'다.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보안관'의 김형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이병헌이 바둑 레전드 조훈현 역을, 유아인이 조훈현의 제자이자 맞대결을 펼치는 이창호 역을 맡았다.
![배우 이병헌이 영화 '승부'에서 조훈현 국수를 연기하고 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https://image.inews24.com/v1/a7a5204d70a2db.jpg)
세계 최고 바둑 대회에서 국내 최초 우승자가 된 조훈현은 전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그러던 중 바둑 신동이라 불리는 어린 이창호(김강훈 분)를 만나 제자로 받아들인다. 제자와 한 지붕 아래에서 먹고 자며 가르친 지 수년, 청년이 된 이창호(유아인 분)는 성격도 바둑을 대하는 자세도 많이 달라진다. 그는 수많은 실패와 고민 끝에 자신만의 바둑을 찾게 된다.
모두가 스승의 뻔한 승리를 예상했던 첫 사제 대결에서 조훈현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세를 탄 제자에게 충격적으로 패한다. 오랜만에 패배를 맛본 조훈현과 이제 승부의 맛을 알게 된 이창호의 위치가 뒤바뀌는 순간. 조훈현은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을 되살리며 다시 한번 올라갈 결심을 한다.
'승부'는 실존 인물일 뿐 아니라 여전히 현역에서 레전드로 손꼽히는 조훈현 국수와 이창호 국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고증이 중요했다. 이에 이병헌과 유아인은 조훈현과 이창호의 외형뿐만 아니라 사소한 습관까지 완벽하게 구현해내 몰입감을 높였다. 중간중간 '실제 이런 일이 있었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대국 장면도 남아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그래서 더욱 실감 나고 드라마틱하게 느껴지는 '승부'다.
![배우 이병헌이 영화 '승부'에서 조훈현 국수를 연기하고 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https://image.inews24.com/v1/ca6a7398333379.jpg)
![배우 이병헌이 영화 '승부'에서 조훈현 국수를 연기하고 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https://image.inews24.com/v1/83cf9e710725ad.jpg)
사실 '승부'는 이병헌과 유아인이 사제 지간으로 만났다는 점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바둑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세대에겐 더더욱 손꼽아 기다려지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유아인이 마약 상습 투약 논란을 일으키면서 '승부'는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유아인 개인에게 더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 공개 여부도 불투명했기에 연출자인 김형주 감독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공개도 전에 생채기가 났다는 말로 그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승부'는 조훈현과 이창호 두 인물의 서사가 중심이기 때문에 유아인을 편집한다면 이야기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이에 김형주 감독은 유아인의 분량을 편집하지 않기로 했다.
다행스러운 건 초반 어린 이창호 역 김강훈이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며 관객의 시선을 잘 붙잡아준다는 점이다. '연기 9단' 이병헌과 마주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김강훈만의 힘이 있다. 그렇기에 이 인물이 어떻게 성장해서 스승을 이기게 되는 걸까 하는 궁금증으로 후반부를 기다리게 된다.
![배우 이병헌이 영화 '승부'에서 조훈현 국수를 연기하고 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https://image.inews24.com/v1/ca615266ae4890.jpg)
물론 유아인이 등장했을 때 그의 현 상황으로 인해 아쉬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관객에 따라 호불호의 영역이 되기도 할 테다. 그럼에도 극이 주는 메시지, 인물의 감정선이 명확하기 때문에 어느 지점부터는 극에만 집중하게 된다. 특히나 이제는 연기 잘한다는 말이 입 아픈, 이병헌이 조훈현의 드라마틱한 상황과 극한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연기해주니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다.
바둑 대결은 정적이지만, 극이 너무 무겁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피식하고 웃게 되는 위트가 곳곳에 담겨 지루할 틈이 없고, 이를 배우들이 능청스럽게 연기해내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대국 장면도 마찬가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들의 미세한 감정, 행동 변화가 짜릿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그렇기에 바둑을 몰라도 '승부' 관람에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조훈현과 이창호, 두 사제의 대결 결과는 정해져 있다. 그렇기에 영화엔 반전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바둑에 모든 것을 걸고 평생을 바둑만 바라보고 살아온 두 레전드의 인생길을 따라가다 보면 진한 여운과 울림이 있다. 비록 주연 배우의 개인사로 생채기가 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작품으로서 온전히 빛날 수 있는 깊이의 영화임이 틀림없다.
3월 26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 12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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