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죽음을 앞둔 노년의 관식을 연기하기 위해 무려 일주일 만에 7~8kg의 체중 감량을 했다는 박해준은 자신의 얼굴에서 아버지 얼굴이 보인다며 묘한 감정을 전했다. 그리고 두 아들과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다정함을 뽐냈다. 선함이 온 몸 가득 뿜어져 나오는 박해준이 왜 양관식이어야 했는지 완벽하게 이해되기도. 진심 다해 '폭싹 속았수다'에 푹 빠져든 박해준이다.
'폭싹 속았수다'(연출 김원석, 극본 임상춘)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 분)과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희망의 이야기를 담은 16부를 4막으로 나눠 공개해 매주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임상춘 작가 특유의 사람 냄새 나는 서사와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대사, 개성 강한 캐릭터, 김원석 감독의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 등에 대한 뜨거운 반응과 호평이 쏟아졌다.
아이유는 제주에서 나고 자라 주어진 운명에 맞서는 '요망진 반항아' 애순 역을, 박보검은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단단한 무쇠 같은 관식 역을 맡았다. 세월이 흘러 어엿한 어른이 된 애순과 관식은 문소리와 박해준이 연기했다.
박해준은 박보검에 이어 애순과 딸 금명(아이유 분)에게 온 마음을 전하는 중년과 노년의 양관식을 연기하며 진한 감정을 선사했다. 일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관식의 세월을 깊이 있게 표현해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울리고 또 울렸다. 다음은 박해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노년 캐릭터를 연기할 때 고민이 많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손 분장을 하는 데 40분이 걸린다. 잘 보존을 해야 하는데, 분장한 걸 뗐는데도 움직일 때 불편함이 있더라. 움직여도 되나 하는 것이 있다. 그때 당시 실제로 왼손을 다쳤다. 골절이 있었다. 그래서 양손을 다 못 쓰다 보니 젓가락질도 힘들었다. 무릎이 안 좋아지는 것은 다리를 만지고 조금 불편하게 걷는 것으로 표현이 됐다. 대본에 나와 있는 대로 하긴 했는데, 감독님이 부각되어야 하는 장면엔 요구를 하셨다. 그것도 모르고 까먹고 할 때는 관식의 다리를 더 해줘야 한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배우 박해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84e865400ceb77.jpg)
- 연기이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나의 노년에 대해서도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분장하니까 아버지와 많이 닮았다 싶어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아버지가 암 투병을 하시고 여러 문제로 수술을 많이 하셨다. 대장암이었는데 위도 문제가 있어서 많이 못 드셨고 마르셨다. 그 얼굴이 저에게 보이니까 느낌이 좀 이상하긴 했다. "제가 아버지 아들이 맞나봐요. 살 좀 빠지니까 아버지 얼굴이 나와서 많이 놀랐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드라마를 순서대로 찍는 것이 아니어서 단기간에 핼쑥한 모습을 보이기 쉽지 않지만 노력을 많이 했다. 격투기 선수들 같은 경우 시합 전에 수분 조절을 하고 땀을 빼는데, 저도 그렇게 하고 싶더라. 그래서 병원 장면 찍기 2주 전부터 조절을 하기 시작했다. 밥은 먹는데 물을 진짜 많이 마셨다. 그러고 3~4일 남겨두고 물을 확 줄인다. 처음 3L를 마시다가 500ml로 줄였다. 몸에서 물을 계속 빼야 해서 반신욕하고 유산소도 계속했다. 촬영 전날부터는 물을 안 마셨다. 자고 일어나니까 살이 쏙 빠져있었다."
- 얼마 정도 감량 한건가?
"일주일에 7~8kg 빠졌다. 물을 확 줄이니까 성과가 있더라. 또 눈에 초점이 없고 힘이 없어야 했는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촬영을 세 번 해야 했는데 감독님께 한번에 몰아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도 그 모습이 좋으니까 일정을 맞춰주신다고 하더라. 그래서 벚꽃 계단, 병원 장면을 하루에 몰아서 찍었던 기억이 난다."
- 영범(이준영 분)과 충섭(김선호 분)을 대하는 관식의 모습이 웃음 포인트였다. 촬영할 때 어땠는지, 어떤 마음으로 표현하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영범에게는 미안한데 내용을 알고 있다 보니 그게 작용을 했던 것 같다. 둘 다 편하게 했었지만, 연기할 때는 영범에게 더 못되게 했던 것 같다. 충섭이에겐 조금 더 관대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해서 누군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질투 아닌 질투를 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더라. 귀엽게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반응도 좋았고, 두 친구 다 즐겁게 촬영했다. 김선호는 굉장히 열려있는 친구더라. 새로운 거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쳤다. "이렇게 해볼까요, 저렇게 해볼까요?"라면서 뭘 많이 하더라. 재미있었다."
- 실제로는 어떤 아빠라고 생각하나?
"아이들에게 물어봐야겠지만 다정한 아빠다. 아이들이 특히 많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 저도 사랑을 많이 받는다. 아빠 오면 뛰어나와서 안아준다. 아직까지는 그런다. 그러고 자기 방에 가지만.(웃음) 제가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2학년인 둘째가 확실히 자기표현을 한다. 6학년인 첫째는 머뭇머뭇하는 것이 있다. 그것마저도 예쁘다."
- 아내 분의 반응은 어땠나?
"저에게 "이제 ('폭싹 속았수다'를) 보내줘야겠다고 하더라. 애들 재워놓고 그것만 봤는데, 한 달 동안 전체를 세 번 봤다. 인터뷰 전날 16부를 보고 "너무 아쉬운데 보내줘야겠어. 고생했어"라고 하더라."
![배우 박해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97dfd73bf053bc.jpg)
- 너무 착하고 단단한 무쇠, 관식을 연기하면서 생긴 부담도 컸을 것 같다.
"부담된다. 원래도 안 뱉지만, 길바닥에 침 뱉으면 안 될 것 같고, 조심스러운 면이 많다. 몇 달간은 되게 좋고 다정한 사람처럼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버스정류장이나 결혼식 장면에서 금명과 관식의 신에서 오열한 딸들이 많았다. 실제론 아들 둘만 둔 아빠라, 금명을 통해 대리만족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소감이 어떤가?
"진짜 딸이 있었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을까 싶더라. 아내가 자기 얘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 작품은 유독 하게 된다. 아내가 "오빠는 딸이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안절부절못했을 거다. 일도 못 하고 안부만 묻고 살 텐데 그 꼴을 어떻게 보냐"라고 하더라. 이 작품에서 딸이 있다는 가정하에 마음껏 놀 수 있었다. 가뜩이나 딸이 아이유니 얼마나 예쁘고 좋나. 너무 사랑했다. 정류장에서도 저에게 "선배님 기다리는 동안 힘들지 않냐"고 하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마치 '그녀를 만나기 전 100미터 전' 같았다. (금명이가) 짜증 난다고 해도 좋았다. 진짜 딸 가진 아빠의 마음은 잘 모르지만 그런 마음으로 연기했다."
- 어릴 적 짜장면 먹는 장면이 있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아들인 은명(강유석 분)은 많이 서운하지 않았을까?
"내용에도 있지만 아들에게 하는 사랑법이 다른 것 같다. 남자들끼리의 대화를 한다고 생각한다. 아들과 아버지의 미묘함이 있다. 유석이랑 연기할 때 마음이 편했다. 보살피지 않아도 되고 던져놓고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 하는 것이 있었는데 서운했을까?(웃음) 절 잘 따라주고 되게 좋았다."
- 영화 '야당' 개봉이 있고 차기작은 드라마 '첫, 사랑을 위하여'라고 알고 있는데, 어떤 작품인가?
"염정아 배우와 연기하는 작품인데 위안이 되는 약간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다. 대본도 재미있고 잘 읽히더라. 재미있게 촬영할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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